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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살고 나오면 빚은 사라질까? 형사처벌과 민사채권의 관계

형사 고소를 통해 상대방이 처벌을 받고 감옥에서 형을 마쳤다면, 피해자는 손해를 모두 회복한 것일까요? 많은 분들이 “형을 살았으니 빚도 끝난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형사처벌과 민사채권은 전혀 별개의 문제 입니다. 이 글에서는 형사처벌 이후에도 민사상 채권이 유효한 이유 ,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기 위한 절차 , 실질적인 회수 가능성 , 그리고 주의해야 할 법적 쟁점 까지 상세히 안내합니다. 1. 형사처벌과 민사채권은 왜 별개인가? 형사재판은 국가가 범죄자를 처벌하는 절차 입니다. 반면 민사재판은 개인 간의 금전적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절차 입니다. 즉, 형사처벌은 국가에 대한 책임이고, 민사채권은 피해자에 대한 책임입니다. 구분 형사재판 민사재판 목적 범죄에 대한 처벌 손해에 대한 배상 주체 국가(검찰) vs 피고인 피해자(원고) vs 가해자(피고) 결과 징역, 벌금, 집행유예 등 손해배상금, 대여금 반환 등 채권 회수 가능 여부 불가 가능 (판결 후 강제집행 가능) 따라서 형을 마쳤다고 해서 피해자에게 진 빚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2. 형을 살고 나와도 채무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민법상 채무는 다음과 같은 사유가 있어야 소멸합니다. 변제(돈을 갚음) 소멸시효 완성 채권자의 면제 공탁, 상계 등 법률상 소멸 사유 하지만 형사처벌은 채무 소멸 사유가 아닙니다. 즉, 감옥에서 형을 마치고 나왔다고 해도 피해자에게 갚아야 할 돈은 여전히 존재 합니다. 📌 참고: 대법원 판례(1999다18124) 는 “형사고소는 민사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3.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기 위한 절차 ① 민사소송 제기 대여금반환청구소송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 을 제기합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경우, 민사소송에서 입증이 훨씬 유리 합니다. 소송 제기 전 내용증명 발송 을 통해 채무 이행을 촉구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② 판결 확정 후 강제집행 승소 판결을 받으면 집행문 부여 를 신청해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부...

요즘 MZ는 왜 이렇게 퇴사를 빨리할까? - MZ세대의 퇴사 이유

그만두는 게 너무 빠르다고요?
회사 입사한 지 6개월도 안 돼 퇴사한 친구, 생각보다 많지 않나요?
“요즘 MZ는 참을성이 없다”는 말도 들리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더는 못 참겠어서” 나간다고 말합니다.
MZ세대(밀레니얼 + Z세대)는 퇴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까요? 아니면 회사를 버틸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을까요?
사례들을 통해 퇴사의 진짜 이유를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1. 입사 전과 다른 업무: “이게 내가 들은 그 일이 맞나?”

입사 전에 들었던 업무 설명과 실제로 맡은 일이 다를 때, MZ세대는 가장 먼저 ‘배신감’을 느낍니다.
한 27세 직장인은 신입사원으로 중소 IT기업에 입사했습니다. 채용공고에는 ‘서비스 기획 및 UX 개선 업무’라고 명시되어 있었고, 면접 당시에도 "기획 회의에 참여하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출근해보니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기획 회의는커녕 회의록 정리, 경쟁사 비교표 작성, 데이터 입력 등 '기획을 위한 서포트 업무'만 맡겨졌고, 그마저도 반복적이고 비전 없는 작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기획 직군이라더니, 결국 매일 하는 일은 엑셀에 숫자 입력하고 복사해서 PPT 붙이는 거였어요. 처음엔 ‘수습기간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두 달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업무가 다를 수도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문제는 그 차이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대했던 ‘직무 경험’은 없고, 시간만 낭비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는 결국 입사 3개월 만에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MZ세대에게 중요한 건 단순한 직무 명칭이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간극입니다.
그 간극이 커질수록 이직 결심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2. 수직적 조직 문화: “말 잘하는 사람만 살아남더라고요”

MZ세대가 일터에서 가장 크게 지치는 순간은 업무 자체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입니다.
특히 수직적인 조직 문화는 MZ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한 대기업 계열사에 입사한 26세 신입사원 A씨는 입사 전까지 회사를 "자유롭고 젊은 분위기"로 상상했습니다. 인턴 시절에도 상사들이 반말 없이 말해주고, 사적인 질문도 자제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규직이 된 순간, 분위기가 돌변했습니다.

출근 첫 주부터 그는 보고라인을 외우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과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이유로 차장에게 “보고 체계 무시하냐”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회의 중에는 누가 말하느냐보다 누가 직급이 높은가가 중요했고, 신입은 제안이나 질문은커녕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습니다.

A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의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낸 동기보다, 말투가 더 정중하고 상사 눈에 잘 든 동기가 칭찬받는 걸 보면서 느꼈어요. 여기선 일 잘하는 것보다, 말 잘하고 위에 잘 보여야 살아남는구나.”

그는 일보다 인간관계에 신경 써야 하는 분위기에 점점 지쳐갔고, 결국 입사 8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습니다.

MZ세대는 수평적 소통과 피드백에 익숙한 세대입니다. 직급보다는 실력, 연차보다는 아이디어가 존중받는 문화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조직이 군대식 위계질서와 암묵적 눈치 문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MZ는 ‘적응’이 아니라 ‘퇴사’를 선택합니다. 단순히 예민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소모하면서까지 오래 버틸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3. “야근 강요는 없지만 눈치는 있죠” – 숨겨진 워라밸 부조화

“야근은 자율입니다”라는 말, 겉보기에 참 멋있어 보입니다.
문제는 그 '자율'이 실제로는 눈치를 요하는 강제 분위기일 때가 많다는 겁니다.

28세 직장인 B씨는 한 중견기업에 입사했습니다. 채용설명회와 면접에서 가장 강조했던 건 “칼퇴 보장”과 “워라밸 존중 문화”였습니다. 면접 때 인사담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린 일이 끝나면 바로 퇴근해요. 눈치 볼 필요 없어요.”

하지만 막상 입사 후 맞이한 현실은 달랐습니다.
퇴근 시간인 6시가 다가오면 사무실은 조용해집니다. 다들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이메일을 정리하면서 ‘퇴근할 타이밍’을 살피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누군가 먼저 일어설 때면 상사는 말은 안 하지만, 묘한 표정과 짧은 한마디가 따라옵니다.

“벌써 가?”
“오늘 일 다 끝났어?”

B씨는 몇 번 먼저 퇴근했다가 “시간 개념이 없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심지어 주간 단위 업무는 마쳤지만, 다른 동료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혼자 나가는 것이 ‘이기적인 행동’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근하라는 말은 안 하지만, 그냥 퇴근하면 눈치 주는 그 분위기… 그게 더 지치더라고요. 진짜 자유가 없는 느낌?”

결국 그는 건강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업무 스트레스보다 '끊임없는 눈치와 감정 노동'이 퇴사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MZ세대는 단순히 ‘근무 시간’만이 아니라 조직 안의 공기, 분위기, 감정의 흐름까지 민감하게 감지합니다.
표면적인 워라밸이 아니라, 진짜 퇴근할 수 있는 문화를 원합니다.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닌,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회사’에서 일하길 바라는 겁니다.


4. 성장 기회 없음: “여기 있으면 제자리걸음 같았어요”

MZ세대가 직장에서 바라는 건 단순한 ‘월급’이 아닙니다.
일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연봉이 높아도, 그 안에서 스스로가 정체돼 있다고 느끼면 곧바로 이직을 고민합니다.

25세 C씨는 대학 졸업 직후 콘텐츠 스타트업에 입사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직무 확장 가능’, ‘자율적인 기획 참여’라는 매력적인 문구에 끌려 합류했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처음 몇 주는 신규 콘텐츠 번역과 SNS 게시물 스케줄링 업무로 바빴지만, 이후에도 계속 같은 일을 반복했습니다.
회의에서 기획 아이디어를 내면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말로 넘어가고, 맡는 일은 대부분 이미 정해진 루틴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털어놓습니다.

“어느 날 퇴근하면서 문득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오늘 뭘 새로 배운 게 있었나?’ 아무것도 없었어요. 지난주랑 똑같았고, 다음 주도 다를 게 없어 보였죠.”

상사는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든 시기니까 너무 급하게 생각 말라”고 했지만,
C씨는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더 컸습니다.

회사에 남아 있을수록 이력서에 쓸 만한 경험도, 스스로의 성취감도 남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자
결국 입사 5개월 만에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MZ세대에게 성장 기회는 선택이 아니라 존재 이유입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사라진 순간, 그 자리는 더 이상 ‘직장’이 아니라 ‘정체된 공간’이 됩니다.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은 MZ가 회사를 떠나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5. 피드백 없는 조직: “일을 해도 반응이 없어요”

“일을 잘한 건지, 못한 건지 아무도 말해주질 않아요.”
이 말은 많은 MZ세대 퇴사자들이 공통적으로 꺼내는 이야기입니다.
칭찬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26세 D씨는 IT서비스 기획팀에 합류한 신입사원이었습니다.
첫 업무는 간단한 앱 화면 정리와 사용자 피드백 정리였고, 그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배운 UX 툴도 적극 활용했고, 작은 데이터라도 정리해 매주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상사에게 돌아오는 반응은 단 한 마디뿐이었습니다.

“응, 봤어.”

D씨는 물었습니다. “혹시 수정할 부분은 없을까요?”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계속 그렇게 해봐.”

그 ‘계속 그렇게 해봐’라는 말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고 말합니다.
무엇이 좋았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아무 말이 없으니
그는 자신이 방향을 잘 잡고 있는 건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나는 회사에서 성장하고 싶었는데, 여긴 그냥 조용히 일만 하라는 분위기였어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아무도 관심 없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무반응은 단순히 ‘간섭이 없는 자유’가 아니라, 존재감 없는 노동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실시간으로 반응을 주고받는 SNS와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한 MZ에게
이런 '말 없는 조직'은 철저히 고립된 공간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MZ세대는 ‘혼자 판단하라’는 분위기보다,
작더라도 꾸준한 피드백을 통해 함께 방향을 잡아가는 조직을 원합니다.
무반응은 무관심처럼 느껴지고, 무관심은 곧 이직의 이유가 됩니다.


6. 연봉보다 중요한 건 공정성

MZ세대는 ‘돈’에 민감하지만, 그보다 더 민감한 건 ‘기준의 공정성’입니다.
같은 일을 해도 누군가는 인정받고, 누군가는 소외되는 분위기.
그 불투명함이 퇴사의 직접적인 이유가 되곤 합니다.

30세 E씨는 중견기업 마케팅팀에서 3년째 일하고 있었습니다.
해마다 평가를 받아 성과급과 연봉 인상이 결정되는 구조였고, 그는 작년 한 해 동안 회사 SNS 채널 구독자 수를 3배 이상 끌어올렸습니다.
성과를 수치로 입증했기에, 당연히 이번엔 인상 폭이 클 거라고 기대했죠.

하지만 연봉 협상 날, 돌아온 인상률은 고작 1.5%.
반면 옆자리 동료는 인상률이 4%였고, 심지어 그 동료는 육아휴직으로 절반 이상을 쉬었으며, 큰 프로젝트 참여도 없었습니다.
그 차이에 대해 묻자, 팀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성과 위주로만 보는 건 아니야. 전반적인 태도도 평가 요소야.”

이 말을 들은 E씨는 ‘성과는 보여줬는데, 태도가 뭐지?’라는 의문만 더 커졌다고 말합니다.

“노력했는데 기준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냥 회사를 못 믿겠더라고요.”

그에게 중요한 건 금액 자체보다 왜 그렇게 결정됐는지를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있었는가였습니다.

MZ세대는 높은 연봉보다도
‘내가 노력한 만큼, 누구나 같은 잣대로 평가받고 있는가’라는 감각을 더 중시합니다.
그 기준이 흐릿하거나, 누군가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조직에 대한 신뢰는 금세 무너집니다.

공정함은 단지 분위기의 문제가 아니라, 잔류 의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아무리 연봉이 높아도 ‘기준이 없다’는 조직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7. “면접에선 자유로운 분위기라더니…” – 문화의 허상

“우리 회사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요즘 면접장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MZ세대는 이제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습니다.
들어가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게 조직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29세 F씨는 크리에이티브한 분위기를 강조한 콘텐츠 마케팅 회사에 합격했습니다.
면접 당시 면접관은 ‘호칭은 ○○님으로 통일’, ‘의견은 자유롭게 교류’, ‘상사는 멘토 역할’이라고 강조했고, 사무실 투어에서도 편안한 복장과 간소한 회의실 배치 등 외적인 모습만 보면 정말 ‘자율’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입사 첫날부터 분위기는 이상했습니다.
첫 회의에 들어가자마자 팀장은 “우린 의견 교류가 자유로워요”라고 말하면서도
F씨가 한 제안에 대해

“신입이 감히 이걸 왜 건드려요?”
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자율적인 제안’은 언제나 상사의 의도에 부합할 때만 허용됐고,
‘수평적 문화’는 호칭에서만 존재할 뿐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여전히 윗선의 절대 권한이었습니다.

F씨는 회고합니다.

“면접 때 봤던 회사랑,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사무실이 같은 곳이 맞는지 의심스러웠어요. 실리콘밸리 따라 하려다 이도 저도 아닌 조직이 된 느낌이랄까…”

MZ세대는 ‘회사의 겉모습’보다 ‘실제로 경험하는 일상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복장은 자유롭고 호칭은 평등해도,
회의는 일방적이고 의견은 묵살당한다면, 그들은 빠르게 판단합니다.

‘속았다’는 감정은 회사에 대한 실망을 넘어서, 조직을 떠나야 할 이유가 됩니다.
그 결정은 첫 주에 내려질 수도 있고, 세 달 안에 굳어지기도 합니다.
표면적인 자유로는 MZ의 마음을 잡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8. 의미 없는 목표 강요: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MZ세대는 단순히 지시받은 일을 처리하는 데서 만족하지 않습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이 업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맥락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 이유가 불분명하면, 일 자체에 몰입하기 어려워집니다.

27세 G씨는 마케팅 대행사에 근무 중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팀장에게 신규 캠페인 기획서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어떤 브랜드를 위한 것인지, 어떤 방향성을 원하는지, 기한이 급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은 전혀 없이

“우선 초안부터 만들어봐.”
라는 말 한 마디로 시작된 업무였습니다.

그는 자료를 뒤지고 예전 사례를 참고해 초안을 제출했지만, 돌아온 피드백은

“아니, 이게 왜 이렇게 나와?”
뿐이었습니다.

당황한 그는 다시 질문했습니다. “어떤 느낌을 원하셨나요?”
팀장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습니다.

“그냥 우리 쪽 스타일로 알아서 해. 왜 그걸 매번 물어봐?”

그 순간 G씨는 강하게 느꼈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이건 그냥 시간만 버리는 거다.’

업무 지시는 계속되지만, 방향도 없고 설명도 없고,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조차 공유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그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결국 그는 팀에서의 6개월을 마치고 퇴사를 결심합니다.

“그냥 상사의 KPI 채우는 데 필요한 수단이 된 기분이었어요. 내가 납득하지 못하는 일을 계속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MZ세대에게는 단순한 ‘지시’보다 이 일의 목적, 맥락, 기대 효과가 더 중요합니다.
이해와 납득 없이 반복되는 과업은 ‘의미 없는 노동’으로 인식되고, 이는 조직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무너뜨립니다.

몰입은 단지 업무량이나 보상으로만 생기지 않습니다.
‘이 일의 이유’가 설명될 때 비로소 자발적인 몰입이 시작됩니다.


9. 리더의 말과 행동이 다를 때

“우리는 자율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지향합니다.”
리더들이 가장 자주 말하는 문장이지만, MZ세대는 더 이상 이 말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그들은 말을 듣는 게 아니라, 행동을 보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마케팅팀에서 일하던 28세 H씨는 입사 전 대표의 인터뷰 글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실패도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이 먼저 제안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어요.”
이런 문장이 너무 멋져 보여서, 실제로 입사까지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출근 후, 회의 첫날부터 분위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회의는 철저히 대표 주도. 질문은 적고, 지시는 많았습니다.
누군가 의견을 내면 “지금은 그거 얘기할 때 아니야”, “그건 나중에 해보자”는 말로 일축되기 일쑤였습니다.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했지만, 실제 업무는 대부분 대표가 정한 방향대로 움직였고, 직원은 그걸 ‘예쁘게 구현’만 하면 되는 구조였습니다.

H씨는 회고합니다.

“겉으로는 열린 조직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대표 1인 중심이었어요. 말로는 자유, 행동은 통제. 이게 반복되다 보니 신뢰가 확 무너졌죠.”

결국 그는 입사 4개월 만에 퇴사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조직 문화보다, 리더가 어떤 방식으로 팀을 대하는지가 진짜 분위기를 만든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합니다.

MZ세대는 리더의 말을 그대로 따르지 않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비로소 신뢰와 존중이 생기고, 그로 인해 자발적인 몰입이 시작됩니다.

리더가 약속했던 조직문화가 구호로만 남아 있고, 실제로는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그 조직에서 MZ는 오래 머물 이유가 없습니다.
불일치된 리더십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10. 나 자신을 소모하고 있다는 감각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는 이 회사에서 무엇을 얻고 있지?”
그리고 그 질문에 계속해서 답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퇴사의 결정은 조금씩 다가옵니다.

MZ세대는 단순히 일하는 기계처럼 살고 싶지 않습니다.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은 계속 고장 나고 있다는 느낌,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멈춰 있다는 감각,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결국은 회사를 나오는 쪽이 살아남는 선택이 됩니다.

26세 I씨는 디자인 에이전시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야근은 없었고, 연봉도 업계 평균보다 조금 높았지만
그는 매일 출근길에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했습니다.

“오늘도 어제랑 똑같이, 그냥 시간만 채우는 거 아닐까?”

점점 새로운 자극도 없고, 누군가 자신을 성장시켜주지도 않으며,
스스로 변화하려고 해도 회사 분위기와 업무 구조가 너무 단단히 굳어 있어서
어떤 시도도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습니다.

결정적인 건, 어느 날 우연히 본 3년 전 자기 포트폴리오와 지금의 그것이 거의 똑같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순간, 정말 충격이었어요. 나는 분명 열심히 일해왔는데, 내 안에 쌓인 게 없다는 사실이 무섭더라고요.”

결국 그는 퇴사를 선택했고, 이유를 묻는 상사에게
그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여기서 더 머무르면, 저는 저를 잃을 것 같아요.”

MZ세대에게 퇴사는 단지 회사를 나가는 문제가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지키는 문제입니다.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것 같고,
내가 누군지조차 흐려지는 느낌이 들 때
그들은 더 늦기 전에 ‘내려놓는 선택’을 합니다.

이건 변덕이 아닙니다.
소모되고 있다는 경고를 알아채고, 더 망가지기 전에 멈추려는 자기 방어이자 생존 본능입니다.


마치며: 퇴사는 도망이 아니라 선택이다

요즘 MZ세대가 퇴사를 쉽게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쉽게 결정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없이 고민하고, 참아보고, 버텨보다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내린 무거운 선택입니다.

회사 안에서 매일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
말은 안 하지만 자꾸 가라앉는 마음,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반복하다 결국 내리는 결론이 ‘퇴사’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선택을 가볍게 보고,
“참을성이 없다”, “그것도 못 견디냐”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이 무엇을 버텼느냐가 아니라,
당사자가 무엇을 견디고 있었는지를 이해하려는 시선입니다.

퇴사는 끝이 아닙니다.
그저 나에게 맞지 않는 길에서 벗어나,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재정비의 순간’일 뿐입니다.

회사를 나오는 일은 늘 두렵고, 막막하고, 불안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내 삶의 운전대를 다시 잡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 선택이 무책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책임지기 위한 용기 있는 결정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당신만의 속도로 당신의 방향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이 글이 작은 위로와 확신이 되어주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