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유명한 대학을 고르는 게 아니라, 나의 그림 인생에 맞는 방향을 고르는 일
일본 미술대학, 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까?
한국에서 그림을 전공하고 있는 많은 청소년, 청년들이 한 번쯤은 ‘일본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림을 시작한 계기가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인 사람들도 많고, SNS를 통해 접한 일본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업 방식, 세계관, 색감에 매료되기도 한다.
특히 한국 미술계의 지나치게 입시 중심적인 분위기, 정형화된 실기 방식에 지친 학생들은 조금 더 자유로운 표현과 창의적인 시도를 허용하는 일본 미술대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단순한 감성만으로 유학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일본 미대는 학교마다 특성이 천차만별이고, 입시 방식부터 교육 과정, 졸업 후 진로까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일본에서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을 구체적인 현실적 계획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나에게 맞는 학교를 고르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1.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그림의 ‘방향성’을 먼저 정의하자
“무조건 유명한 대학에 가고 싶어요.”
“그림으로 먹고살고 싶은데, 어디가 좋을까요?”
이 질문은 자주 듣지만, 답변하기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그림을 통해 세상을 표현하고 싶은 건지, 사람을 표현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예술 그 자체를 탐구하고 싶은 건지에 따라 진학할 학과와 대학은 완전히 달라진다.
또한 내가 바라보는 진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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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미술 작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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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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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애니메이션 디자이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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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미술 교육자, 연구자인지
에 따라서도 학교의 선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도쿄예술대학처럼 고전 회화와 조형예술의 깊이를 강조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다마미술대학처럼 산업 디자인과 광고 분야에 강한 곳도 있다. 무사시노미술대학은 시각디자인과 일러스트 중심의 실무 교육이 탄탄하고, 교토세이카대학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특화된 교육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같은 '미술대학'이라 해도 지향점이 다르다.
나의 그림이 어떤 세계로 가고 싶은지, 그 감각을 먼저 이해해야 제대로 된 첫걸음을 뗄 수 있다.
2. 실기 시험 vs 포트폴리오: 입시 방식도 나와 맞아야 한다
일본 미대 입시는 학교마다 시험 방식이 매우 다르다. 한국처럼 ‘기초데생’ 위주의 정형화된 실기 시험을 보는 대학도 있지만, 최근에는 포트폴리오와 면접을 중심으로 한 입시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쿄예술대학은 여전히 기초 조형 능력과 고도의 실기력을 평가하는 전통적인 시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다마미술대학이나 무사시노미술대학은 지원자의 창의성과 작품 세계, 스토리텔링을 보는 포트폴리오 중심의 입시를 운영하는 전공이 많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내가 그동안 훈련한 방식과 학교가 요구하는 방식이 맞지 않으면, 준비 기간 동안 큰 혼란과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입시 방식에 따라 필요한 준비도 완전히 달라진다.
드로잉을 위주로 하는 입시는 빠르고 정확한 표현 능력을 요구하고, 포트폴리오 중심 입시는 작품의 일관성과 주제 의식,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시각적 언어가 중요하다.
결국 핵심은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다.
시험을 잘 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유리하다.
3. 졸업 후 나의 삶을 먼저 상상해보자
입시는 통과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짜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삶이다.
대학은 단지 ‘입학’이 아니라, 졸업 후 어떤 그림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를 설계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어떤 학교는 예술 작가로서의 길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전시 기회가 많고, 교수진도 예술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사람들이 많다.
다른 학교는 졸업 후 바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실무 중심의 수업, 팀 프로젝트, 산학 협력이 잘 되어 있어 취업률이 높은 대신, 예술적 자유는 제한될 수도 있다.
‘어디가 좋은 학교인가’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진짜 중요한 건,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먼저 갖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소소한 일러스트로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싶고, 누군가는 세계적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싶다.
그 둘의 길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니 학교 선택도 달라야 한다.
4. 학비, 생활비, 장학금까지 반드시 확인하자
많은 사람들이 일본 미대 유학에 대해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어느 정도 사실이다.
특히 도쿄처럼 대도시에 위치한 대학은 등록금 외에도 월세, 식비, 교통비 등 생활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점만은 아니다.
도쿄는 정보, 인프라, 전시, 아르바이트 등 기회도 그만큼 많다. 예술계 네트워크가 넓고, 졸업 후 취업이나 프리랜서 활동도 활발하다.
반면 교토나 나고야, 후쿠오카처럼 지방에 위치한 대학은 생활비 부담이 훨씬 적고, 조용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많은 일본 미대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공적 장학금(JASSO), 학교 자체 장학금, 지역재단 지원금 등은 신청 요건만 갖추면 매달 4만 엔에서 많게는 15만 엔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재정적 조건도 충분히 비교하고, 단순한 '학교 브랜드'보다, 나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5.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흔들려도 다시 그리는 용기다
어떤 대학을 선택하든,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흔들리게 된다.
‘내가 이걸 계속 해도 될까?’
‘일본까지 와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왜 나는 이 학교에 왔을까?’
그럴 때마다 나를 붙잡아주는 건 결국, 학교의 이름이 아니라 나의 이유다.
내가 이 길을 걷기 시작한 이유.
그림을 처음 좋아하게 되었던 그때의 마음.
누군가의 작업을 보고 울컥했던 그 감정.
나도 그런 작업을 하고 싶다는, 그 조용하지만 단단한 갈망.
그 감정을 잊지 않는다면, 어떤 선택도 결국 나만의 길이 된다.
마치며: ‘정답’을 찾기보다, ‘내 선택’을 믿는 연습
일본 미술대학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
도쿄예술대, 무사시노, 다마, 교토세이카, 오사카예대, 츠쿠바대, 니혼대, 그리고 그 외에도 훌륭한 학교는 많다.
하지만 그 어떤 대학도 ‘모든 사람에게 맞는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진짜 정답은, 지금의 내가 가장 솔직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을 고르고,
그 길을 내 식대로 걸어가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로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학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