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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6개월 후, 진짜 후회된 7가지와 후회 안 한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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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전엔 그랬습니다.
“지금만 벗어나면 숨통이 트일 거야.”
“회사를 나가면 시간이 많아지고,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결정을 내린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후회되는 것도 있었고, 후회되지 않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 글은 화려한 퇴사 성공기가 아닙니다.
회사를 나온 평범한 직장인이 겪은 리얼한 6개월의 기록
퇴사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가장 솔직한 후기 한 편이 되었으면 합니다.
후회 #1 – 현실은 시간 많고 돈은 없다
퇴사하면 일단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집니다.
매일 아침 알람에 쫓겨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회의에 끌려가지 않아도 됩니다.
카페에서 여유 있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래, 이제부터 내 인생을 살아야지” 다짐도 해봅니다.
하지만 그 여유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월세 이체 알림이 뜬 순간, 머릿속에 싸늘한 현실이 내려앉았습니다.
“아, 나 지금 돈이 안 들어오고 있구나.”
출근은 멈췄지만, 지출은 예전처럼 계속 흘러나갔습니다.
점심을 밖에서 사 먹는 게 부담스러워졌고,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할인 상품’ 스티커부터 찾게 됐습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은 해지했고,
이전에 별 고민 없이 신청하던 강의나 독서 모임도 “지금은 때가 아니야”라며 뒤로 미뤘습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이 모든 변화가 단 한 달 만에 찾아왔다는 점입니다.
퇴사 전엔 적금도 어느 정도 모았고, 긴급자금도 챙겨뒀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오는 돈’이 사라진 상황에서의 스트레스는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시간조차 무게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많은 게 좋은 줄 알았는데,
하루가 길어질수록 “이렇게 보내도 괜찮을까?”,
“오늘도 돈 안 벌었는데…”라는 불안이 밀려들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시간이 많은 삶은, 그 자체로는 자유가 아니라 책임일 수도 있다는 것.
돈이 없으면 시간조차도 내 마음대로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요.
후회 #2 – 마냥 쉬면 회복될 줄 알았다
퇴사 직후, 저는 오롯이 ‘쉬는 것’만이 회복이라고 믿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늦잠도 자고, 하루 종일 넷플릭스를 틀어놓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나날들.
“지금은 충전의 시간이니까.”
처음 며칠은 그게 맞는 말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몸은 쉬고 있는데,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지는 겁니다.
일어나자마자 시계를 보면 오전 11시.
‘벌써 이렇게 늦게 일어났네.’
식사를 하고 돌아와도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핸드폰만 몇 시간째 들여다보다가, “오늘도 별 거 안 했네”라는 자책감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그런 날이 며칠, 아니 몇 주 계속되자
어느 순간부터 “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끊임없이 ‘생산성’을 요구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 뭐라도 배워야 하는 거 아냐?”
“이렇게 놀고만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
그 죄책감은 휴식을 휴식답게 만들지 않았고, 오히려 저를 점점 더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가장 무서운 건,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는 감정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회사를 그만두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운동도 하고…”
수많은 계획이 있었는데, 막상 시간이 생기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단순히 일을 멈췄다고 해서 마음까지 멈추는 건 아니구나.
번아웃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정신의 붕괴’였구나.
휴식이 필요했던 건 맞지만,
회복은 쉬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나를 무너뜨렸던 원인을 돌아보고,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향을 차근차근 찾아가는 과정이 있어야 했습니다.
후회 #3 – “사회적 고립감은 예상 밖이었다”
처음 며칠은 정말 자유로웠습니다.
지옥 같던 출근길도, 까다로운 상사도, 팀워크랍시고 강요되던 회식도 이젠 없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이렇게 많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느긋한 아침과 조용한 낮이 낯설면서도 꽤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며칠이 지나면서 그 고요가 점점 공허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주말 같던 하루하루가 어느새 일상으로 굳어졌고,
카페에서 홀로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불편해졌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일하느라 바쁜데,
나만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묘한 소외감이 밀려왔습니다.
평일 오전 10시, 세상이 바쁘게 돌아갈 시간에
혼자 느긋하게 산책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더 이상 여유로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지금 이 사회의 리듬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라는 낯선 자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힘들었던 건,
퇴사 후에도 계속 연락하며 지낼 줄 알았던 사람들과
생각보다 빨리 멀어졌다는 점입니다.
회사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간 순간,
‘우리’였던 관계가 ‘나’와 ‘그들’로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시간마다 오가던 단톡방은 점점 조용해졌고,
내가 빠진 회식 사진이 올라오면
‘잘 지내고 있나 보네’ 하면서도
속으론 “나는 저 자리에 더 이상 낄 수 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쓸쓸함이 남았습니다.
출근하지 않는 하루는
처음엔 마치 ‘나를 위한 보너스 같은 시간’처럼 느껴졌지만,
곧 이 사회에서 나만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듯한 고립감으로 바뀌었습니다.
바로 그 감정이, 퇴사 후 처음으로 진짜 외로움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퇴사하면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고
삶이 자유로워질 거라고 믿었지만,
그 자유는 예상보다 훨씬 조용하고, 훨씬 외로웠습니다.
후회 #4 – “계획 없이 나왔다는 건, 그냥 도박이었다”
퇴사를 결심할 당시, 저는 딱 하나만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건 아니다.
일단 나오고 나서, 천천히 방향을 잡자.”
그땐 머리를 복잡하게 굴리기 싫었습니다.
이미 지쳐 있었고, 더는 버틸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그래서 퇴사서류를 내고 나오는 길엔,
그냥 막연하게 ‘잘 될 거야’란 기대도 있었습니다.
“나가면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생기겠지”,
“조금 쉬면서 방향을 찾으면 되지” 하는 근거 없는 낙관이었죠.
하지만 퇴사 후 하루, 이틀이 지나고
막상 평일 낮에 혼자 있는 시간이 현실이 되자
그제야 “이걸 진짜 아무 계획 없이 한 거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도,
그걸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전혀 정해진 게 없었습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그림은커녕
당장 이번 달 카드값은 어떻게 갚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이
계속 머릿속을 두드렸습니다.
경제적인 부분도 생각보다 훨씬 빨리 무너졌습니다.
퇴직금은 천천히 써야지 생각했지만
고정비와 생활비는 생각보다 빠르게 줄을 세우고 빠져나갔고,
‘이 정도면 한 3~4개월은 버티겠지’라는 계산은
한 달 만에 오차 범위 밖으로 튕겨 나갔습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내가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조차 모르겠다는 불안감이었습니다.
바로 그게, 계획 없이 퇴사한 대가였습니다.
몸은 자유로워졌지만,
삶 전체가 방향을 잃은 배처럼 부유하고 있었습니다.
후회 #5 – “이직이 생각보다 어렵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자신 있었습니다.
몇 년간 꾸준히 쌓아온 경력도 있었고,
일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고,
실적도 나름 남겼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퇴사 후 어느 정도 쉬고 나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취업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력서를 열고, 공고를 살펴보는 순간부터
그 자신감은 조금씩 불안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이직 시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치열한 전장인지.
한 개의 포지션에 수십 명이 지원하는 건 기본이고,
그중에는 해외 유학파, 전직 대기업 출신,
엄청난 자격증과 포트폴리오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나는 ‘경력자’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경쟁 속에 들어오니 나는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상보다 더 힘들었던 건
면접 때마다 나오는 그 질문이었습니다.
“퇴사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이 질문이 이렇게 무서울 줄 몰랐습니다.
내겐 정말 소중한 쉼이었고,
정신적으로 회복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지만
면접관은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공백기’는
자기관리가 부족하거나, 경력이 단절된 불안 요소로 여겨졌습니다.
심지어 어떤 면접에서는 “퇴사하신 특별한 이유가 없네요?”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 맴돌았습니다.
“이 시간도 내게는 필요했던 시간인데, 그걸 어떻게 증명하지?”
그리고 그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쉬는 동안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
내겐 충전의 시간이었지만,
세상은 그 시간을 공백, 혹은 정체로 간주하고 있었습니다.
후회 #6 – “모든 관계가 회사 중심이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회사에 다닐 땐 몰랐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유지되고 있었다는 걸요.
점심시간에 나누던 수다, 퇴근 후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술자리,
갑자기 잡힌 회식에도 큰 불만 없이 따라갔던 이유는
‘정들어서’가 아니라 ‘같은 생활 리듬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퇴사한 다음 날부터, 그 리듬이 끊겼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관계들도 하나둘 멈춰 서기 시작했습니다.
늘 아침마다 "출근길 너무 졸려요"라고 톡을 보내던 그 친구도,
퇴사 이후로는 제게 먼저 연락한 적이 없습니다.
그게 서운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회사라는 공간이 만든 일시적인 접점이었다는 걸요.
단톡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전엔 한 시간만 자리를 비워도 수십 개의 알림이 쌓였던 그곳은
어느 순간부터 제가 나누는 말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쩌면, 퇴사한 제게 조심스러운 건지
아니면 관심이 식은 건지,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이미 ‘바깥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었죠.
후회 #7 – “무기력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퇴사를 하면,
나는 드디어 내가 하고 싶었던 걸 마음껏 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새벽까지 책을 읽고, 글도 쓰고, 운동도 하고,
못 배웠던 것들을 배우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낼 줄 알았죠.
하지만 현실은,
아침에 눈 뜨는 것조차 버거운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알람도 없고, 약속도 없고, 출근도 없으니까
아침을 맞이할 이유도 없어졌습니다.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눈을 떠보면 오전 11시,
뭘 하지도 않았는데 하루가 반이나 지나 있었습니다.
일어나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유튜브를 틀어놓은 채로 소파에 눕습니다.
“좀만 쉬다가 뭐라도 해야지.”
그런데 ‘좀만’이 한 시간, 두 시간… 어느새 저녁이 됩니다.
그리고 그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하루가 지나갑니다.
그 순간 찾아오는 건,
휴식이 아니라 자기혐오였습니다.
“왜 이렇게 나약할까.”
“이렇게 시간을 보내려고 퇴사한 건 아닌데…”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퇴사 전엔 열정이 가득 찬 날들이 기다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열정은,
막상 시간이 생기자 어디로 숨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무기력은 생각보다 조용히,
그리고 생각보다 질기고 깊게 스며들었습니다.
할 일은 많지만 손에 잡히지 않고,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날들이 반복됐습니다.
가장 괴로웠던 건,
이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히 있는데도,
정작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정말, 참담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쉬는 것과 회복하는 것은 다르고,
시간이 많다고 해서 에너지가 생기는 건 아니구나.
무기력이라는 건 단순히 ‘게으름’이 아니라
그동안 너무 많이 지쳤던 마음의 후유증이었음을
그때서야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은 선택 #1 – “몸이 먼저 살아났다”
돌이켜보면, 퇴사를 후회하는 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불안했고, 외로웠고, 무기력에 눌려 숨이 막히기도 했죠.
하지만 그 모든 걸 겪고서도 단 한 가지 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몸은 살아났습니다. 정말로요.
회사에 다닐 땐 늘 피곤했습니다.
‘그냥 어제 잠을 못 잤나?’
‘날씨 때문인가?’
‘요즘 나이 들어서 그런가 봐’ 하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사실은 계속해서 누적된 피로와 긴장 때문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억지로 눈을 뜨고,
늦잠 한 번 잘 수 없는 삶 속에서
몸은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는데도 그걸 몰랐던 거죠.
정확히 말하면,느끼지 않으려 애썼던 것 같기도 합니다.
퇴사 후 며칠간은 늦잠을 자고, 알람 없이 눈을 떴습니다.
그동안 아침이면 늘 무거웠던 눈꺼풀과 두통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밤에도 신기하게,
‘내일 출근’이라는 압박이 없으니 깊게 잠이 들었습니다.
한밤중에 깼던 일도, 새벽에 깨어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습관도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오랜만에 자고 나서 개운하다는 느낌을 다시 받았습니다.
피로가 풀리기 시작하니,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기운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고,
아무 이유 없이 몸이 욱신거리던 증상도 줄어들었습니다.
평소엔 하지 않던 산책도 하고,
가볍게 요가를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마음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몸이 편안해지자 마음도 조금은 여유를 찾기 시작했고,
늘 조급했던 생각들이 잠시 멈춰 섰습니다.
물론 이게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몸이 살아나니, 마음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떤 성공보다도,
그 어떤 커리어보다도,
지금 내 건강이 회복됐다는 사실 하나는
이 퇴사라는 선택이 전혀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주는 유일한 근거였습니다.
후회하지 않은 선택 #2 –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
퇴사하고 나서 가장 많이 했던 건
생산적인 활동도, 여행도, 자기계발도 아니었습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그저 ‘생각’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질문들도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지쳐 있었을까?”
“지금까지 달려온 길이 정말 내가 원하던 방향이 맞았을까?”
그리고 가장 대답하기 어려웠던 질문,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대체 뭐지?”
회사에 다닐 때는 그런 생각조차 사치였습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출근 준비,
하루 종일 업무에 치이다가 퇴근하고 나면
남는 에너지도, 마음도 없었거든요.
그저 버티는 하루하루의 반복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멈추고 보니,
마침내 그런 질문들과 마주할‘틈’이 생긴 거죠.
처음에는 이 질문들이 버겁기도 했습니다.
이제 와서 뭘 바꾸겠냐는 회의감도 있었고,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부정하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하나씩 들여다보니,
조금씩‘나’를 알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단순히 일이 힘들었던 게 아니라,
내가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로 달려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참아내며 살았던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길었다는 것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뭘까?”
“일이 아닌 나로서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습니다.
그 질문들에 지금 당장 답을 내릴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큰 변화라는 점입니다.
회사에 있을 땐 몰랐던 나를
퇴사 후의 시간 속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겁니다.
어쩌면 이 시간이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생각 없는 성실함’ 속에서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이 퇴사는 충분히,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었습니다.
후회하지 않은 선택 #3 –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퇴사 직후엔 정말 많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내가 너무 성급했나?’
‘괜히 관두었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모든 고민과 불안, 후회의 감정들이
결국은 하나의 방향으로 나를 밀어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퇴사’ 자체가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마치 회사만 벗어나면, 뭔가 대단히 달라질 것처럼.
하지만 막상 나와보니,
퇴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점에 불과하다는 걸 절감하게 됐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저는 스스로를 낱낱이 마주해야 했고,
혼란도 있었고, 정체된 느낌도 있었지만
그 와중에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속도, 나다운 삶의 방식에 대해
처음으로 깊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덕분에,
비로소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항상 남의 기준, 남의 기대, 남들의 속도에 나를 맞췄습니다.
“저 사람은 벌써 승진했대.”
“동기는 이직해서 연봉이 1.5배라네.”
그럴 때마다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졌고,
그 감정에 밀려 무리하게 속도를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남보다 느릴 수도 있고, 더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내가 조금 늦게 출발하더라도
조금 더 단단히,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게
나한테는 더 어울리는 방식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저는,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확실히 이전보다 덜 흔들리고, 덜 초조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퇴사는 용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 다시 삶을 맞이하려는 이 지금도,
또 하나의 용기입니다.
그 용기 덕분에,
저는 이제 내 삶을 나답게 다시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마치며: 퇴사는 정답이 아니지만, 방향이 될 수 있다
퇴사는 누군가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혼란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퇴사를 통해 숨통이 트이고,
어떤 사람은 퇴사 후 더 큰 불안을 마주합니다.
그래서 퇴사는 결코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수’나 ‘실패’로만 볼 필요도 없습니다.
퇴사는 그냥 하나의 ‘선택’일 뿐입니다.
다만 그 선택은,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방향에서
잠시 멈춰 서서 다시 나를 바라보게 만드는 기회가 되기도 하죠.
이 글을 쓴 이유는
누군가에게 퇴사를 ‘하라’고 설득하거나,
‘하지 말라’고 경고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그 이후에 어떤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가장 날것 그대로, 솔직하게 기록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선택을 통해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 고민이 단지 지금의 회피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다시 설계하려는 의지라는 것을 먼저 인정해 주세요.
그리고 그 용기 있는 질문 끝에서
당신만의 방향이 보이기를,
그 길이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당신을 더 이해하고, 존중하는 길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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